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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료 겨드랑이가 가렵다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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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기간 : 2016년 04월 19일 ~ 2016년 07월 17일
    • 전시장소 : 한국만화박물관 1층 로비
    • 주관 : (재)한국만화영상진흥원
    • 전시기획 : 최은영 큐레이터
    • 전시디자인 : 35 Workroom
    • 전시보조 : 양영선, 윤정인 연구원
    • 전시작품 : 주요 작품 및 창작도구, 사진 및 영상자료 등
    • 부대행사 : 작가특강, 교육프로그램, 장애인 영화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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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드랑이가 가렵다
     
    이때 뚜우 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사람들은 모두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나는 불현 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리 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 번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 이상 <날개> 1936
     
    소설 <날개>에서 희망과 야심을 말소시켰던 이상은 일본인 백화점 옥상에서 불현 듯 느낀 겨드랑이의 가려움을 통해 다시 한 번 날고 싶은 희망을 외친다. 그 겨드랑이는 그의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으로 이상은 번뜩이는 희망과 야심으로 하늘을 훨훨 날던 그때를 다시 욕망하고 갈구한다.
     
    여기 박기소, 이해경, 지현곤, 라일라(이수연) 네 명의 작가가 있다. 작가들은 모두 청각장애 또는 하반신 마비의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다. 소리를 들을 수 없거나 말이 어눌하거나 혼자 힘으로는 외출이 불가능하다. 누구나 듣고, 말하고, 걷고, 뛰는 신체활동이 작가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서 작가들의 겨드랑이는 더욱더 가렵다. 인공의 날개가 돋아난다면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며 신체장애로 인해 허락되지 않았던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으리라.
     
    80년 전, 백화점 옥상 위의 이상처럼 신체장애가 없는 사람들도 날개를 돋치고 하늘로 비상하는 것이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신체장애가 있는 작가들이 비상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희망처럼 보였다. 그러나 박기소, 이해경, 지현곤, 라일라작가는 육체적 한계를 극복한 각고의 노력으로 그 상상을 현실로 바꿨다. 신체장애가 없는 사람들은 감히 헤아릴 수도 없는 고통스런 겨드랑이의 가려움을 인내하고 이겨내며, 한 때 예술혼을 불태워 돋친 인공의 날개로 하늘을 훨훨 날았던 이상처럼 네 작가들도 마침내 아름다운 날개를 틔웠다. 피땀 어린 노력과 포기하지 않는 강한의지, 그리고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낙천적인 자세로 비록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곱고 아름다운인공의 날개를 겨드랑이에서 돋아나게 했다. 그리고 지금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은 채 자유롭고 당당하게 하늘을 유영하고 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돋보기 안경너머로 세상을 예리하면서도 따뜻하게 꿰뚫는, 청각장애 카툰작가 박기소는 생활주변의 사소한 아이디어를 건져 올려 해학 가득한 카툰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작가의 타고난 장난기와 상상력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연결되어 작품마다 익살스런 해학과 날카로운 풍자가 넘쳐난다. 가난한 만화가를 위한 이동갤러리, 노인우산, 노인용 운동기구, 장애인용 크레파스 등의 작품에서는 유쾌하게 그려진 작가의 바람을 읽을 수 있고, 장마구름비행기로 산불 끄기, 소방차 이동을 위해 집을 들어 올리는 아이디어에서는 작가의 재치가 엿보인다. 또한 인구증가에 비해 국토가 좁아 집으로 빼곡히 둘러싸인 집산, 소음 없는 아파트인 격 층 아파트, 취직이라는 종이비행기를 잡기 위한 사람들의 아슬아슬한 곡예, 모든 승객이 피곤에 절어 잠을 자고 있는 만원 지하철 풍경 등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사회를 해학적으로 꼬집는다. 또한 잡지나 신문 등에서 오린 사진이미지들을 콜라주하여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콜라주카툰 작업에서는 작가의 기발함과 때 묻지 않은 시선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약탕기는 낙타로, 풍뎅이와 망치머리는 개로, 악수하는 사진은 중국국가주석 시진핑로 재탄생되었다.
    자신의 페르소나인, 하지마비 장애인 M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잠들지 못하는 여자>의 만화가 이해경은 1970년대부터 만화를 그려오고 있다. 1970~80년대는 순정만화를, 1990년대에는 성인여성만화와 선교만화, 교육(음악, 명작)만화 등을 그렸고, 2000년대부터는 장애인만화를 주로 그리고 있다. 1974<현아의 외출>로 데뷔한 이래 본명 이미라, 이미예, 이해경으로 필명을 바꿔 사용하고 있으며, 자신의 이름 이미라의 M이 등장하는 10여 편의 만화는 모두 <잠들지 못하는 여자> 옴니 단편들로 작가 자신과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성인여성들을 위한 순정만화를 그리고 싶은 욕심에 성인여성만화에 도전해 성공하였고, 깊은 신앙심에 기인하여 다수의 선교만화를 그리기도 하였다. 또한 재활을 위해 찾은 국립재활원에서 작가가 직접 만난, 사고로 장애인이 된 하지마비장애인들의 고통과 재활노력을 그린 <겨드랑이가 가렵다>로 만화가로서의 명성을 재확인하였다. 이후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만화를 그리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사회시스템의 모순을 꼬집고 있다. 작가의 작품에는 소시민과 장애인의 애환이 가감 없이 담겨 있고, 주변 삶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장애인만화가로서의 사명 또한 녹아 있다.
    하지마비로 엎드려서 작업하는 세계적 카툰작가 지현곤은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울림 강한 카툰작업을 하고 있다. 총에 핀 초록의 잎들로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피노키오 무덤에서 자란 나뭇잎을 통해 계속되는 거짓말또는 본래의 떡갈나무로 돌아간 피노키오라는 양가성을 유머러스하게 상상케 하기도 한다. 분배의 불균형, 돈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평화보다 돈에 열광하는 우리의 모습 등을 통해 돈에 대한 인간의 집착과 애증을 보여주며, 쉽지 않은 3자회담, 잠재되어 있는 폭력, 물질문명의 병폐, 무분별한 환경파괴 등을 고발하면서는 우리가 처해있는 불안한 사회를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이처럼 휴머니즘, 평화, 사랑, 희망, 전쟁, 물질중심사회 등의 주제를 정교하고 세심한 필치, 다양한 표현과 색감으로 나타내며 카툰 특유의 깊은 풍자를 담아내고 있다. 또한 <내가 내 손을 그리고 있는가, 내 손이 내 몸을 만들고 있는가?><자유를 그리워하다> 작품을 통해서는 자신의 장애를 수용하면서도 탈출하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내비치기도 한다.
    현재 네이버 웹툰에 <나는 귀머거리다>를 인기리에 연재하고 있는 웹툰작가 라일라는 청각장애인인 자신의 일상을, 자신이 경험했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만화를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장애를 이해한다면 친구가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오해하거나 괴롭히는 일은 없을 거라는 바람에서다. 현재까지 연재된 60여 편에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생기는 여러 불편함과 구화를 배우는 과정, 자신의 귀가 되어주는 강아지, ‘’ ‘’ ‘발음을 못해 생겼던 에피소드, 휴대폰 전화인증(ARS)을 못하는 일, 꿈도 자막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서비스가 부족한 국내 방송매체, 장애인 관람 데이, 청각장애인용 알람시계, 중학교 친구들의 왕따 일화, 대필도우미, 일본여행 에피소드, 베리어프리 영화 등을 주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청각장애는 눈에 보이는 장애가 아니여서 주변의 오해를 많이 받기 때문에 그 안타까움을, 자신이 직접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화로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한다. 주인공인 작가와 가족은 강아지캐릭터로 등장해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를 귀엽고 발랄하게 전개시키고 있다.
     
    이해경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날개달린 고양이, 날개달린 물고기, 날개달린 천사는 걷지 못하는 작가 자신을 대신하는 캐릭터로 읽힌다. 지현곤작가는 몸이라는 공간에 갇혀있는 자신을 몸으로부터 탈출시키는 영광스런 꿈을 꾼다. 물리적 장애를 극복하고 싶은 작가들의 갈망은 작품 속에 스며들어 있고, 작품은 또 다른 영역의 자유를 선사한다. 그 영역에서 인공의 날개가 돋아난 네 명의 작가들은 눈부시고 아름다운 날갯짓으로 하늘을 날고 있다. 전시는 그 지난한 과정과 작품들을 통해 비상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더불어 장애는 여러 다름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회인식의 변화와 이해의 확장을 전시를 통해 꾀하고자 한다. 우리 모두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가질 수 있다. 장애에 대한 편견 자체가 스스로에 대한 편견임을 자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큐레이터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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