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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10.31 조회수 126

<이 만화를 밀어주세요>

 

소년들의 일상에 특별함을 더하다

<남자 셋 친칠라 하나> (도벗 작), <한 철 어스름> (나뭇 작)

 

유혜영(북큐브 웹툰 과장)

 

남자와 남자의 연애를 다룬 BL이라는 장르가 더 이상 음지에만 머무르지 않게 된 지는 10여 년이 넘은 것 같다. 특이하게도 이 장르에서는 주인공들이 남자지만 소비하는 층은 여성이다. 이 장르는 만화를 좋아하는 여성 독자들 중에서도 일부 독자들만 즐기는데도 점점 즐기는 독자층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해 내가 곧잘 하는 말이 있는데 “BL을 안 본 여성은 있어도, BL을 한 번만 본 여성은 없다”이다.

 

북큐브 웹툰에서도 BL장르인 웹툰이 여럿 있다. <남의 BL만화>, <스윗 스팟>, <늪의 나락>, <앉아, 기다려, 키스해> 등등 여러 작품들이 화제를 모으며 연재 중이다. 그중에서도 이 자리를 빌어 두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남자 셋 친칠라 하나>와 <한 철 어스름>이다.

 

△ <남자 셋 친칠라 하나>(도벗 작) / <한 철 어스름>(나뭇 작)

 

<남자 셋 친칠라 하나>와 <한 철 어스름>, 두 웹툰에는 여러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들이 고등학교를 다니는 소년들이라는 점, 그리고 소년들에게 신기한 일이 생긴다는 점, 그 일로 인해 소년들 사이에 비밀스러운 감정이 생긴다는 점 말이다.

 

<남자 셋 친칠라 하나>는 함언, 우승, 남해라는 세 소년이 주인공이다. 함언은 집 앞에 버려진 친칠라를 발견하고,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아파트 관리 사무소를 찾아간다. 하지만 기다리는 주인은 안 오고, 친칠라를 구경하고 싶다며 우승이란 소년만 찾아온다. 결국 주인을 기다리다 지친 함언은 친칠라를 데리고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한 철 어스름>에서는 부모님의 일 때문에 전학을 자주 다니는 호수라는 소년이 주인공이다. 친구다운 친구를 사귈 틈도 없이 자주 전학 다니던 호수가 새로 이사 온 곳은 이모가 살던 집이다. 집을 살펴보니 호수의 방 벽에는 문이 하나 있었다. 붙박이 벽장인가 싶었지만 문을 열어봐도 거뭇한 시멘트 벽뿐. 의아해서 고개를 갸웃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자, 과연 소년들에게 어떤 일이 생길까?

매일 똑같아서 지루한 일상, 화끈하고 신나는 일을 찾아 여행을 떠나거나 번지 점프, 스트립쇼를 권하는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그 노래에서는 신나는 일을 원하는 이유를 두고 모두가 도망칠 곳을, 색다른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 했다. 그래서일까? 독자들은 소년들의 이상한 일들에 관심을 보이며 빠르게 호응했다.

함언은 친칠라를 데려온 후 귀신인지 알 수 없는 어두운 형체와 마주친다. 무서워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후 밤을 보냈지만, 등교하려고 집을 나서는 순간 또 다시 그 형체와 마주친다. 결국 수업이 끝나고서도 집에 돌아가기 싫어 망설이는 순간, 전날 만났던 우승을 만나게 된다. 함언은 잘 됐다 싶어 우승을 집에 데리고 간다. 이번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 채로...

 

한편 <한 철 어스름>에서는 새 집에서 첫날밤을 보내던 호수에게 이상한 일이 생긴다. 자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깬 것이다. 눈을 떠 보니, 분명 벽이던 문의 틈새로 빛과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꿈인가, 잠이 덜 깼나 싶던 호수는 무서워 떨면서도 문을 열어 본다. 그랬더니 문 너머로 웬 방과 또래의 소년이 있는 게 아닌가?

 

△ <남자 셋 친칠라 하나>(도벗 작)

 

△ <한 철 어스름>(나뭇 작)

 

다시 <남자 셋 친칠라 하나>로 넘어오자. 다른 사람을 더 데리고 와서인지 함언은 어두운 형체가 나타나지 않아 안심한다. 하지만 그 안도의 순간에 정작 데려왔던 우승이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사방에 널린 친칠라의 똥을 집으며 초콜릿 같다며 웃는 순간, 말소리가 들린 것이다. 집 주인인 함언은 라면을 끓이러 갔으니, 그 자리에 남은 건 쉼 없이 똥을 여기저기 흘리는 친칠라와 우승뿐. 그렇다, 바로 친칠라가 말을 건 것.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이 사랑하는 동물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해 봤을 것이다.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 주면 좋겠다고 상상할 텐데, 이 친칠라는 얄짤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간식이 무엇인지 줄줄 나열하며 자신에게 더 많은 간식을 내놓으라는 간접적인 압박을 한다. 더위와 고양이를 싫어하니 조심하라는 말까지. 동정심에 집에 들인 친칠라 한 마리 때문에 신기하다 못해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된 함언은 물론이고, 그저 오가다 안면을 익혔을 뿐인데 무릎 꿇고 어안이 벙벙해진 우승의 모습은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이야기는 갈수록 독자들을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말하는 동물과 그로 인해 생기는 해프닝들이야 만화나 영화에서 드물지 않은 설정이다. 하지만 <남자 셋 친칠라 하나>는 친칠라가 어떻게 말하는 힘을 얻게 되었는지 설정과 함께 이처럼 특이한 존재들인 ‘이물(異物)’이 더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여기에 남해라는 소년까지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세 소년과 친칠라, 그리고 이물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남자 셋 친칠라 하나>(도벗 작)

 

<한 철 어스름>은 벽에 붙은 문을 통해 서로 다른 곳에 살던 두 소년이 만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년들은 분명 벽이었던 문 너머가 어떻게 서로의 방으로 연결된 건지 두려우면서도 신기해 한다. 호수는 경남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소년의 이름이 승우이며 자신과 같은 고등학교 2학년임을 알게 된다. 신기한 일에 우연까지 겹치자 호수는 뭔가 특별한 운명 같다며 기뻐한다.

어느 곳에서든 오래 머물지 못하던 호수에게 일상이란 심심하고도 쓸쓸한 시간의 연속일 뿐이었다. 누구와도 내년 혹은 한 달, 아니 당장 일주일 후를 약속하기 어려운 그에게 친구란 그저 잠시 잠깐 스쳐가는 존재일 뿐이다. 가족 역시 간간이 주고받는 전화 통화로만 존재를 확인할 뿐. 그런데 갑자기 문만 열면 얼굴을 볼 수 있는 존재가 생긴 것이다. 학교를 벗어나서도 얼굴을 보며 이야기 나누고, 함께 밥도 먹을 수 있는 존재라니, 호수가 얼마나 이 신기한 일에 기뻐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문 건너편의 소년인 승우 역시 호수 못지않게 외로운 상황이다. 할머니의 병환 때문에 갑자기 지방으로 이사를 오면서 친구들과도 헤어진 데다 낯선 곳에서 새 친구를 사귀지 못한 상태이다. 그렇다고 갑자기 나타난 호수에게 선뜻 마음을 내주기에는 승우는 조심성이 많다. 그런데도 이상한 문의 문고리를 조심스럽게 잠궈만 놓기에는 승우의 외로움이 깊고, 호수는 너무나 마음을 활짝 연 상태이다. 사실, 이 특별한 경험이 둘만의 것인 이상 두 소년들이 친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 아닌가.

 

△ <한 철 어스름>(나뭇 작)

 

이렇게 <남자 셋 친칠라 하나>와 <한 철 어스름>은 마법과도 같은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는 소년들의 신기한 일상을 다루고 있다. 독자들은 소년들의 특별한 일상에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때론 눈물 찔끔하며 환호를 보내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일상에 특별한 일이 생기길 바라니 웹툰 속 소년들에게 생긴 일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걸까?

 

두 작품 다 내가 담당하고 있다. 처음 이 웹툰들을 접했을 때의 감상은 특이하게도 ‘따듯함’이었다. 독특한 설정이 주는 흥미로움도 있었지만, 이야기 속에 깔린 작가의 따듯한 정서가 마음을 끌었다. <남자 셋 친칠라 하나>에서 버려진 친칠라를 지나치지 못한 함언의 마음이나, 어두운 형체가 무서워 우승을 집에 데려와 놓고는 자신이 비겁하게 느껴져 후회하는 모습들이 그랬다. 주인공을 마냥 이야기의 도구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선한 마음을 가진 개체로 다루는 점이 따듯하게 다가왔다.

<한 철 어스름>에서 호수와 승우의 이야기 역시 서로의 존재를 통해 외로움을 채워 나가는 과정이 따듯했다. 그 나이대의 소년들다운 재잘거림과 장난기를 재치 있게 풀어내면서도 하염없이 설레는 호수의 모습은 저절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어진다. 더군다나 1화 원고가 완성되었을 때는 해질녘 오후 시간대를 그대로 담아낸 듯한 컬러링까지 더해져서, 작품이 한층 더 사랑스러워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 작품들이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후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을 때, 나는 친칠라를 구경하러 온 우승처럼 들떴으며 아침에 일어나 신기한 문을 열어보려는 호수처럼 설렜다. 과연 독자들도 나처럼 이 작품들을 보며 큰 소리로 웃을까. 사무실에서 차마 다른 사람들 때문에 소리를 못 낸 채 어깨만 파르르 떨며 입을 틀어막을까. 흐뭇하게 입꼬리, 올리고 있을까. 몇 번이나 키보드에서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며 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지금은 많은 독자분이 두 작품에 댓글을 남겨 주시면서 작품과 작가님을 응원해 주고 있다. 기쁘고도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BL 웹툰이면 독자들은 어김없이 BL이란 장르의 특성상 농도 짙은 성애 묘사가 나올 거라 기대한다. 그런데 이 두 웹툰은 전연령 대상이기도 하지만, 독자들 누구도 소년들 사이에서 은밀한 무언가가 이루어지길 기대하지 않는다. 따듯함 그대로, 귀여움 그대로 유지될수록 매화마다 작가와 소년들을 응원하는 댓글만 늘어갈 뿐이다. 이 역시, 작품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독자들이 이해하고 함께 해 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성껏 그려 주시는 작가분들만큼이나 독자들이 무척 고맙기만 하다.

웹툰 PD들은 누구나 담당하는 작품이 다 소중하겠지만, 유난히 마음 쓰이는 작품이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담당 작품들이 하나하나 다 의미 있으면서 고맙게 원고를 받지만, 이 두 작품은 콘티나 원고가 들어오면 유난히 더 기쁘다(다른 작가님들께서 서운해 하지 않으시길). 잠을 설쳐서 유난히 피곤한 날이거나 일이 잘 안 풀려서 미간에 깊은 골이 파인 날, <남자 셋 친칠라 하나>, <한 철 어스름>이 도착하면 저절로 얼굴에 웃음이 퍼진다. 연출이나 대사에서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야 하는데도 자꾸만 스크롤을 그냥 내리고 말아서 처음부터 다시 보기를 몇 번 반복하고서야 검토가 끝난다. 일상에 힐링이 되어 주는 고마운 웹툰인데, 그 웹툰들을 내가 담당한다는 사실에 뿌듯하기까지 하다.

 

소년들이 신기한 경험을 통해 점차 특별한 감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되기까지, 나는 독자들과 함께 계속 응원하려 한다. 완결까지 더 많은 독자분들이 함께 해 주시면 기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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