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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9.06 조회수 67

화 로컬라이징 이란?

 

오필정(해외수입만화 로컬라이징 편집 디자이너)

 

만화 로컬라이징은 단어 그대로 작품이 서비스되는 장소 즉, 현지 사정에 맞추어 현지화하는 작업 전반을 말한다. 만화(웹툰)의 경우 과거에는 출판용 종이 만화에 국한된 작업이 주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웹툰 시장 처럼 웹과 모바일 디바이스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들여온 작품을 원본 형태와 상관없이 디지털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어 작업한 뒤 독자에게 유통되고 있다.

 

만화 로컬라이징 작업의 과정은 보통 [업체의 작품 수입 → 스캔 및 이미지 보정 → 번역 → 이미지 수정 → 식자 편집 → 감수 및 최종 검수 → 국내 서비스] 순서로 진행된다.

 

 


 

물론 최근 만들어진 수입 만화들은 디지털 파일 형태로 국내에 넘어오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 같이 아직 페이지형 원고 만화비중이 높은 국가 작품은 여전히 단행본 형태로 수입이 되기 때문에 번역작업 이전에 ‘스캔 및 이미지 보정’ 작업이 추가로 들어가곤 한다. 번역은 해당 국가 언어를 구사하는 전문가를 따로 고용하여 진행되며, 이후 ‘이미지 수정’, ‘식자 편집’, ‘감수 및 최종 검수’는 주로 출판사내 관련업종 종사자가 맡아서 하거나, 외부인력 및 전문 대행업체를 활용해 프리랜서 작업자들에게 맡기곤 한다.

 

로컬라이징 작업의 형태와 과정은 크게 위와 같이 나눌 수 있지만, 작품 수입 업체의 업무 스타일에 따라서 작업의 순서 및 방향성, 요구되는 능력, 업무 범위 등이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면 대행업체를 통해 로컬라이징 작업을 한다면 매뉴얼에 따른 단순노동이 주류를 이루는 편이다. 하지만 수입업체 내 상근 업무를 하거나, 업체와 직접 작업하는 프리랜서의 경우는 각 파트별로 다양한 능력을 요구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고용의 형태와 업무구조에 따라 요구되는 결과 기대치가 천차만별이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업체와 직접 작업하는 프리랜서’ 형태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 직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만화 로컬라이징을 한다면 필요한 능력은?

 

첫 번째로 그래픽 관련 프로그램을 기본적으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회사는 해외만화를 로컬라이징 편집 후 웹에서 우선 서비스하기 때문에 어도비사의 포토샵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포토샵은 한국 실정에 맞는 이미지 수정이나 효과음 따위의 글자를 수정하기 매우 편한 프로그램이므로 거의 모든 회사가 선호하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간혹 인쇄물 제작을 염두에 둔 작품이거나 혹은, 식자(텍스트) 편집의 편의성을 위해 어도비 인디자인 작업을 요구하는 회사도 있다.

 

두 번째로 폰트에 대한 이해와 적재적소에 폰트를 선택·사용하는 센스가 요구된다. 원본작품은 보통 각기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디자인 폰트’와 출판사별 ‘텍스트 지정용 폰트’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출판사별 텍스트 지정용은 보통 말풍선 안에 들어가는 일률적인 것으로, 이것은 수입해온 한국 회사 쪽에서 어떤 폰트를 어떤 크기와 옵션으로 설정하여 사용할지 작업내용이 지정되어 온다.

 

하지만 디자인 폰트는 작업자의 역량에 따라 결과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디자인 폰트에는 작품의 타이틀, 불규칙한 느낌의 손글씨 류, 원고 내의 효과음 등에 사용되는데, 회사 쪽에서 지급받은 폰트 리스트에서 제일 잘 어울리거나 느낌이 비슷한 것을 선정하여 재편집·적용해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타이틀 폰트는 적합한 한글 폰트가 없으면 재편집을 넘어서 그리는 수준의 재가공이 필요한 케이스도 발생한다. 따라서 일률적인 형태의 작품일 경우 기계적인 작업을 수행하기만 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디자이너 영역의 작업 센스와 역량이 요구되기도 한다.

 

 


 

세 번째는 만화 매체의 특성을 이해한 글자편집 기술이 필요하다. 만화는 특성상 텍스트 대부분이 말풍선 안에 배치되어 있고, 그림뿐만 아니라 말풍선 자체와 대사 배치도 작품 연출의 한 부분에 속해있다. 문제는 국가마다 이런 방식과 트렌드가 달라 외국어를 한글로 바꾸었을 때 곤혹스러운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일본작품이다. 일본만화는 지금도 세로쓰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읽는 방향이 한국과 반대인 ‘오른쪽 → 왼쪽’ 형태이다. 다행히 읽는 방향은 국내 서비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세로쓰기의 특성상 말풍선의 형태가 세로로 긴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 가로쓰기 형태인 한글 문장을 배치해야 하는데, 가끔 원고의 밀도가 높거나 말풍선이 글자 수에 비해 좁고 긴 경우 한글 배치의 효율성이 떨어지곤 한다. 이 때문에 맞춤법과 별도로 한글 문장의 줄 바꿈이나 띄어쓰기를 독자의 가독성을 고려해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작품 특성에 맞춘 이미지 수정 능력이다. 단순히 이미지를 수정한다는 것은 이미지 위에 겹쳐진 외국어를 지우는 작업도 있지만, 일부 이미지는 작품 연령 심의 기준에 맞추어 어쩔 수 없이 수정 및 삭제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성인 등급의 작품이 이에 해당한다. 작업자는 회사가 해당 작품을 어떤 연령 등급에 맞추어 유통할 것인지 사전에 숙지하고 수정의 방식과 범위를 정해 작업한다. 또한, 이 작업은 작품의 원본 이미지를 변형·재가공 하는 작업이므로 해외 원작회사에 허가받는 과정이 동반된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업무의 경우 수출한 이미지를 변형·재가공 시 ‘변경 전 → 변경 후’ 이미지를 일본 출판사에 사전 허가받은 뒤 유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 때문에 편집 작업 전 이미지 변형에 대한 사전 보고를 먼저 전달한 뒤 작업에 임하는 편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단순 수정역량을 뛰어넘어 어시스턴트 영역의 역량이 필요한 경우이다. 그 예로 한국 실정에 맞게 이미지를 수정하다 보니 이미지 크롭(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 내거나 쓰임에 따라 원하는 크기에 맞게 그 사이즈를 조절하는 것) 후 컷 재 연출, 펜선 긋기, 톤 및 먹칠 변경, 배경 등의 작업이 필요한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따라서 만화제작 자체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받쳐주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단순 매뉴얼 화된 작업만 기계적으로 하는 작업자라면 수행에 큰 무리가 따른다.

 

마지막으로 검수 영역이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로컬라이징 작업의 반수 이상은 글을 다루는 작업이다. 때문에 로컬라이징 안에서 맞춤법 검수는 물론 번역의 오역을 찾아내 수정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최종 검수와 별도로 회사가 작업자에게 초벌 검수를 요구하기도 한다. 검수 작업에서 가장 기본적인 수정 사항은 한글 맞춤법이다. 하지만 간혹 번역이 오역되어있거나 국내 정서와 안 맞는 어색한 외래어식 표현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업체 담당자에게 보고 후 수정하거나 체크하여 최종 편집 파일을 납품한다.

 

 


 

직업의 단점? 장점?

 

어느 직업이나 매력적인 부분이 있는가 하면 기피할 수밖에 없는 단점도 존재한다. 사실 로컬라이징 편집이라는 직업은 단독직업이라 부르기엔 몇 퍼센트 부족한 느낌이 있는 업무이지만, 반면에 없어서는 안 될 직업이기도 하다. 하여 대부분 종사자들은 재택근무 형태의 세컨잡(second job)이나 아르바이트로 업무에 임하거나, 출판사 상근근무자의 업무형태 일부로 종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간효율이 자유로운 큰 장점이 있으며, 프로그램 툴 사용이 가능한 경력단절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직업은 반대로 생각하자면 생계를 단독으로 책임질만한 소득 창출로는 부족한 편이다. 왜냐하면 보통 로컬라이징 편집의 경우 권당 혹은, 페이지 당 단가를 기준으로 소득이 결정되는 편이기 때문에 본인이 일한 만큼 돈을 버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 또한, 회사에 따라서 로컬라이징 작업을 외주전문 업체에 일괄 계약해 맡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편집의 전문성과 퀼리티 보다는 매뉴얼대로 많이 빨리 생산해내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실제 작업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더욱 적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장기 작업자 대부분은 출판사와 직거래하여 일하는 것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이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은 만화출판사 및 웹툰 에이전시 취업에 유리한 능력을 사전에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로컬라이징 편집은 ‘웹툰 피디’ 직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웹툰 피디’는 과거와 달리 많은 능력이 요구되는 편이다. 물론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피디는 작품을 발굴·관리하면서 웹툰 편집(웹 서비스용, 종이 단행본용 등), 검수, 연출 연구 등의 다양한 능력을 요구받고 편집 업무를 직접 수행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피디는 만화 연출과 컷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숙지하여야 하며, 그 능력에 따라 작품의 가독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한, 소속된 회사의 작품이 해외로 수출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해외 사정에 맞추어 재편집 과정 일부를 국내에서 수행하기도 하는데, 이 작업도 일부 회사에서는 피디 및 관련 업무 팀원들이 도맡아 해외용 로컬라이징 편집을 하곤 한다. 이 때문에 만약 해외작품을 로컬라이징 해본 경험이 있다면 해외시장의 최신 경향과 특징을 이미 숙지하고 있는 셈이다.

 

결정적으로 편집업무 경험이 취업에 유리한 이유는 회사가 채용 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에 만화(웹툰)를 수출입하는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 사원 규모가 중견급 이상이 아닌 담에야 보통 실무일손이 부족하기에 보통 바로 투입 가능한 인력이 선호된다. 그리고 신입직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만약 만화 편집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면 당연히 가산점을 줄 수밖에 없다.”

 

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만화회사(출판사 및 에이전시) 취업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로컬라이징 편집 경험 자체가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만화 로컬라이징 직업에 대한 업무, 필요로 하는 능력과 장단점 등을 소개했다. 어떻게 보면 만화(웹툰)산업 일부분을 차지하는 작은 업무일수도 있지만,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받는 소득에 비하면 ‘극한직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만화 업계에 종사하고 싶다는 가정하에 알아두면 유리한 실무능력 중 하나일 것이다. 무엇보다 유통되지 않은 최신만화를 누구보다 먼저 읽어볼 수 있다는 점은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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