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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11.05 조회수 66

내 비밀 같은 친구를 소개합니다.

<재즈 잇 업> 남무성 작가

 

송경원(씨네21 기자)

 

재즈 평론가이자 대한민국 만화대상을 받은 만화가. 재즈 잡지 편집장, 음반 프로듀서, 공연기획자, 다큐멘터리 감독. 재즈카페 ‘엘로우 자켓’을 운영하며 잠시 사장님 소리를 듣기도 한 한 사람. 모두 한 사람 앞에 붙는 타이틀이다. 하지만 어떤 경력으로 그를 설명하든 결국엔 모든 길은 음악, 특히 재즈로 통한다. 남무성 작가는 한국에서 재즈가 다소 생소했던 90년대 중반부터 재즈에 흠뻑 빠져 대중 보급에 힘 써온 자타공인 재즈 전도사다. 그래서 미술을 전공한 남무성 작가가 만화를 통해 재즈를 알리기 시작한 건 사실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잘하는 건 그림 그리는 일, 좋아하는 건 재즈였으니 두 영역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결합했는데 아무도 예상치 못한 거대한 시너지가 일어났다. 남무성 작가가 그린 <재즈 잇 업>은 2000년 초반 알기 쉬운 학습만화로 입소문을 타며 포털 사이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고, 바라던 대로 재즈의 저변 확대에도 적지 않은 성과를 이뤘다. 이후 록 음악을 소개하는 <페인트 잇 록>, 음악이론을 만화로 풀어낸 <팝 잇 업> 등 음악에 대한 만화들을 지속적으로 그려낸 남무성 작가는 최근 <재즈 잇 업>의 개정판을 펴내며 다시금 재즈 전도에 나서고 있다. 남무성 작가를 만나 새삼스럽지만 정말 궁금했던 걸 단도직입 물었다. 그러니까, 재즈가 뭔가요?

 

 


 

Q. 워낙 하는 일이 많아서 뭐라고 소개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웃음)

A. 호칭은 대개 현재 먹고사는 직업군에 맞추게 되죠. 저도 그게 편하고 불러주는 사람도 편할 거예요. 그래서 작가가 적당하겠죠? 만화도 그리고 글도 쓰니까요. 오래전부터 꿈이 어디 조용한 곳에 살면서 좋아하는 음악 실컷 듣고 맘껏 생각하고 책 쓰는 거였어요. 책 쓰는 것도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지만 체질적으로 맞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달랑 한편 만들었고 재즈카페는 그만둔 지 몇 년 됩니다. 요즘은 새로운 재즈 책을 만들고 있어요.

 

Q. 본래 미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재즈에 심취하고 음악을 업으로 삼기로 결정하신 건가요.

A. 손재주가 있어서 전공을 디자인으로 했지만 관심은 늘 음악이었어요. 꽤 어린 시절부터 음악 듣는 걸 좋아했고 학창시절 내내 FM라디오를 끼고 살았죠. 음악관련 월간지도 정기구독해서 읽는 걸 좋아했고요. 재즈는 고교시절부터 듣게 됐는데 뭐랄까, 그전까지와는 다른 신세계 같았습니다. 뭔가 고급지다는 느낌?(웃음) 당시에는 음계나 화성 같은 건 몰랐고 막연히 뭔가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죠. 물론 다들 재즈를 좋아하는 건 아닐 수 있지만 저하고는 궁합이 잘 맞는 음악이었어요. 그게 지금의 저를 이끈 단 하나의 진실? 입니다.(웃음)

 

Q. <몽크뭉크>, <두밥> 등 재즈 전문잡지를 발행하셨습니다. 재즈 평론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사실 제가 한국에서 최초의 재즈잡지를 만든 건 아닙니다. 그전에 <재즈트랙>이라는 잡지가 나왔어요. 다만 월간지는 아니었고 격 월간지였죠. 몇 권 나오다 사라졌기는 해도 엄밀히 보자면 그게 최초였죠. 그게 스물아홉 살 때, 그러니까 1997년에 만든 <몽크뭉크>는 월간지로서 최초였는데 무가지로 시작했어요. 돈 안 받고 매월 8천부씩 인쇄해서 뿌려댔죠. 6호쯤 발행하다가 유가지로 전환했어요. 실은 대학 초년생 때부터 재즈클럽에서 DJ아르바이트를 했고 일찌감치 재즈뮤지션들과 인연을 쌓았어요. 감성 충만한 시기에 관심사가 온통 재즈로 채워지다 보니 악기연습도 제법 해보고 음악작업실을 만들어보고 음반은 계속 모으고 있었고요. 재즈잡지가 한국에 없다보니 일본의 재즈월간지 <스윙저널>(Swing Journal)을 어렵사리 구해서 보곤 했는데. 아, 일본어는 모르니까 사진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죠.(웃음) 그 때 제가 매킨토시로 편집 디자인하는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었기 때문에 이럴 거면 아예 재즈잡지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잡지 일을 하니 매일 글 쓰고 음반 듣고 인터뷰하고 이러면서 칼럼니스트가 되고 평론가라고도 불리게 된 거죠. 평론가라는 게 딱히 라이선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요즘은 또 너무 평론가가 많은 것 같기도 하고.(웃음)

 

Q. <재즈 잇 업>은 일본의 재즈전문잡지 <스윙저널>에도 연재되었다고 들었습니다.

A. 일본의 <스윙저널>은 미국의 빌보드지만큼이나 영향력이 있는 잡지였어요. 1945년부터 발행된 거죠. 아쉽게도 현재는 폐간되었습니다만 2005년부터 3년간 <재즈 잇 업>을 각색해서 연재했고 그러다가 <고단샤>라는 대형출판사를 통해 단행본까지 내게 되었죠.

 

Q. 재즈의 역사를 알기 쉽게 만화로 그린 <재즈 잇 업>을 포털 사이트에 연재하면서 재즈의 대중화에 앞장 서 오셨습니다. 재즈를 만화로 그려 소개한다는 발상은 어디서 출발한 것인지요.

A. 재즈는 어렵다는 음악이고 이걸 만화로 그려서 쉽게 전달해보자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그림 그리는 재주가 있었으니 자신 있는 분야 두 개를 합쳐본 거죠. 재즈칼럼을 쓸 때마다 느낀 건데 이렇게 음악자체의 내밀한 요소들을 글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었어요. 재즈는 깊은 음악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재즈사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맥락을 짚기 어렵겠더라고요. 평소 만화를 즐겨 보지도 않고 잘 그리지도 못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책을 만들려면 직접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출간 후 꾸준한 사랑을 받았고 네이버에도 연재가 되었죠. 재즈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화자 되는데 조금은 일조했다고 봅니다.

 

 


 

Q. <재즈 잇 업>은 1900년대부터 시작된 재즈의 역사, 유명 재즈 음악가의 인생담 등을 적절히 섞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교양만화 같으면서도 드라마와 개그를 놓치지 않는다는 게 인상적이었는데요. ‘쉬우면서도 가볍지 않다’는 게 재즈를 닮은 것도 같습니다.

A. 지루하지 않아야한다는 게 관건이었어요. 알고 보면 재즈사는 만화적인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온갖 희로애락의 스토리가 담겨있어요. 그래서 얼마든지 재미있게 만들 수 있죠. 그런데 애초의 콘셉트는 역사와 함께 음악적인 평가로 한 걸음 더 들어가자는 것이었어요. 이럴 때 균형감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솔직히 <재즈 잇 업>은 더 쉽고 재미나게 만들 수도 있었어요. 그랬다면 돈을 더 벌었겠죠.(웃음) 하지만 책을 쓸 시절에는 음악적인 에너지가 너무 과했었다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만만한 입문서는 아니에요.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가십거리로 끝나지 않은 책이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Q. 형식적인 면에선 고우영 선생님의 <삼국지>나 허영만 선생님의 <식객>도 연상이 됩니다.

A. 어린 시절 고우영, 허영만 화백의 만화만 봤어요. 이 두 분의 작품들은 신문연재도 놓치지 않고 단행본도 사 모았죠. 허영만 화백의 치밀한 시나리오는 엄두도 못내는 부분이고 고우영 화백의 해학과 살아있는 필체, 인문학적 식견과 상상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흉내를 내고 싶어도 절대 안 되더군요. 그분들은 천재이신 듯!

 

Q. 재즈 입문자를 위한 만화라고 하지만 전문적인 정보나 평론가 입장에서의 평가도 상당 부분 들어가 있는 게 매력이었습니다. 재즈 뮤지션에 대한 기록, 기록자로서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구성은 재즈 평론가로서의 소명의식이라고 봐도 될까요.

A. 재즈는 음악이고 예술이죠. 음악이란 영화나 미술처럼 눈에 보이는 예능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걸 만화로 그릴 때는 기본적으로 어떤 절실함이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좋은 건데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어떻게 표현하면 공감할 수 있을까?’이런 고민 같은 거. 그럴 때 진정성이 발휘되죠. 그리고 만화 그 자체를 우선으로 둔다면 상업적인 만화를 그리면 되겠지만 음악이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된 거에요. 음악칼럼을 만화로 쓴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애정은 있을 거예요. 더구나 재즈는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음악이기 때문에 ‘내가 뭔가를 할 수 없을까?’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거죠.

 

Q. 2018년 초 발간 15주년을 기념해서 개정판이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03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특별상, 신인상을 안겨준 작품인 만큼 시간이 지나 다시 봤을 때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번 개정판에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고 하던데요.

A. 음, 우선 15년이나 흘렀는데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다는 게 좀 신기하기도 해요. 중간에 3년 정도 절판시켰는데 중고거래가격이 10만원 넘는 것도 있고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봤어요. 그 사이에 재즈인구가 많이 늘어난 건가? <재즈 잇 업>이 스스로 제 역할을 해 낸 결과인가? <재즈 잇 업>은 개정판의 머릿글에도 썼듯이 철없이 나이만 먹은 자식이에요. 진작에 손을 봐줬어야했는데 철지난 옷을 아무렇게나 걸친 채 덩그러니 방치된 상태였어요. 그래서 다시 곁에 두고 개정을 시작했죠. 우선 그림을 상당부분 다시 그렸습니다. 다만 완전히 새롭게 그리기 보다는 되도록 원화의 느낌을 유지하면서 선을 다듬거나 색채를 정리했어요. 성형수술까지 시킬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 나름대로의 인상이었으니까요. 어색했던 글도 명쾌하게 정리했는데, 글이 많은 만화다 보니 애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증보판인 만큼 새로운 이야기도 좀 더 보강하고 1권과 2권을 합본한 것도 바뀐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페이지가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 되었죠.

 

Q. <재즈 잇 업>이 나올 때만 해도 재즈는 대중들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란 인식이 컸습니다. 저도 그 책을 통해 대학 교양 강좌 <재즈의 이해>를 들을 때 큰 도움을 받은 기억이 있어요. 그 사이 대중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느끼시나요.

A. 그런 영향은 확실히 있었다고 생각해요. 재즈는 딴 나라 이야기로 인식되던 시절에 재즈잡지를 만들고 공연도 기획하고 책도 냈죠. 적지 않은 세월동안 재즈 일을 했으니 재즈문화의 어느 지점에선가는 필요한 역할이었을 거예요. 젊은 재즈 뮤지션들이 학창시절에 <재즈 잇 업>을 읽었고 제가 했던 재즈공연을 봤다는 이야기를 해오면 보람을 느껴요. 재즈는 어느 날 갑자기 대중화가 되는 장르가 아니고 나름의 터를 확보하고 지속되어가는 문화예요. 재즈 잡지나 <재즈 잇 업>은 그런 구심점을 수행했다고 봅니다. 잡지를 함께 만들던 후배들이 현재 한국재즈계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하고 있어요. 저만 조용히 살고 있는 셈이죠(웃음).

 

 


 

Q. 영역을 확장해 이후 록 음악에 대해 소개하는 <페인트 잇 록>, 음악이론을 만화로 풀어낸 <팝 잇 업>을 펴내셨습니다.

A. 재즈카페를 운영했었는데 손님들 취향이 각각이어서 록음악도 자주 들었어요. 저도 어린 시절에는 록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신선하고 귀가 환기되는 기분이었어요. 예전에 모아두었던 음반들을 다시 꺼내 듣다보니 갑자기 꽂혔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그러다가 록의 역사를 그려보자고 생각했던 거죠. 카페영업하면서 틈틈이 작업을 했는데 피곤한줄 모르고 속도가 빨리 나갔어요. 고향집에 돌아온 편안함 같은 걸 느끼면서(웃음). 최근작인 <팝 잇 업>은 실제 화성이론서에요.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기초학습만화입니다. 직접 작곡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나 좀 더 체계적으로 감상하고픈 마니아를 생각하고 만든 책입니다. 30년 된 친구인 빛과 소금 출신의 장기호 교수와 공저입니다.

 

Q.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까지, 결국 본인의 전문적인 정보들을 쉽게 풀어서 전달하고 보급하는데 집중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작업을 하시는데 있어서 만화라는 매체가 가진 강점은 무엇인가요.

A. 음, 우선은 만화책 한권은 일반 글 책을 한권 쓰는데 비해 서너 배쯤 고된 작업입니다. 그래서 만화작가들의 위상이 현실적으로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도의 아티스트인 거죠. 저는 에세이 책을 펴내기도 했지만 글쓰기에 비해 만화가 갖고 있는 장점이 확실한 것 같아요. 특히 전문적인 분야, 일부러 관심을 갖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분야에 대한 정보나 양식을 전달하기에 더 없는 수단입니다. 물론 쉽진 않죠. 우선, 역사를 드라마로 각색해나가는 부분이 어려워요. 만화는 말풍선을 달고 만화다운 모양새를 갖춰야하는데 이 때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애를 먹는 부분이죠.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 지식이 풍부할수록 자신 있게 과장하고 비틀 수 있어요. 예컨대 어떤 인물에 관해서 많이 알수록 캐릭터의 성격이나 말투를 부여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고우영 화백의 작품들이 최고입니다. 저는 음악전문 만화를 그렸으니까 그나마 가능했던 것 같아요. 내가 모르는 분야는 하지 않아요. 그 다음으로 편집 부분인데요, 장황하고 복잡한 역사서를 단행본으로 완성할 때 어떤 걸 가져가고 버리느냐, 어떻게 조립하고 정리하느냐하는 고민이 생기죠. 이건 재즈잡지편집 일을 했던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영화를 편집을 할 때도 도움이 되었죠.

 

 


 

Q. 그렇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재즈 잇 업>의 인세로 말씀하신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브>(2010)의 제작비를 충당했다고 들었습니다.(웃음) 다소 추상적인 질문으로 마무리 할까 합니다. 작가님에게 만화란, 그리고 재즈란 어떤 의미인가요.

A.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에 만족하고 있어요. 즉 재즈를 계속 이야기하는 거죠. 재즈는 클래식음악이나 고전영화처럼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그런 장르입니다. 같은 것을 앞에서 보고 옆에서 보고 뒤에서도 보는 거죠. 재즈의 본질은 변화를 추구하는 것인데 이는 완전히 새로움을 쫓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거예요. 우리들의 삶에도 적용될 수 있는 메시지입니다. 한편으로 재즈음반을 사 모은다는 건 외로움을 모으는 것과 같아요. 누구에게 이 음악이 정말 근사하다고 아무리 설명한다 해도 쉽게 공감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의 내밀한 감정 속에서 어떤 희열과 마주하는 것. 재즈는 그런 음악입니다. 그래서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 같은 친구라 할까요? 만화는 음.... 창작의 꿈동산?(웃음) 영화감독처럼 화면앵글을 구상하고 드라마작가처럼 스토리를 짜내고 미술감독이 돼서 그리고 칠하고... 모든 것을 생산하는 진정한 창작의 세계 같아요. 그런데 내 자신에게 이 두 가지가 삶의 수단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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