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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1.05 조회수 138

앞으로도 불행하지 않겠습니다.

<아만자><D.P-개의 날> 김보통 작가

 

송경원(씨네21 기자)

 

웹툰 작가는 직업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종종 창작이라는 환상에 취해 그 당연한 사실을 간과한다. 웹툰이 지속 가능한 시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직업으로서의 안정성이 필수적이다. 김보통 작가는 그 당연함이 당연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자신의 주변부터 바꿔나가고 있는 중이다. 뭔가 거창한 사명감 같은 게 아니다. 그저 먹고 사는 일의 소중함을 알고, 행동으로서 삶을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마치 자신의 만화 속 인물들처럼 말이다. 그는죽을 것 같아서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와 데뷔작 <아만자> 2014년 오늘의 우리만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자전적 경험을 녹여 암환자의 일상을 그린 <아만자>는 종전에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진솔함과 깊이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이후로도 김보통의 관심사는 남들이 주의를 잘 기울이지 않는 곳으로 향한다. 탈영병 잡은 헌병의 이야기를 다룬 <D.P-개의 날>은 민감한 소재를 원숙하게 다루며 날카로운 시선을 선보였고, 최근 출판한 에세이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그간의 이야기와 속사정을 조곤조곤 들려주기도 했다. 스스로 밝히길글쓰고 강연 나가고 앨범과 책 표지, 영화 포스터 작업, 어린이 잡지, 문예 잡지 등에 삽화와 만화도 그리는정말 바쁜 만화가. 우리는 종종 직업으로 상대방을 규정짓고 판단하려 하지만 만화가, 웹툰작가라는 직업은 그의 일부일 뿐 김보통이 누구인지 설명하기엔 한참 모자라다.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라고 다짐하듯 말을 건네는 사람 김보통이 그리는보통의 세계는 어떤 모양일지 궁금해졌다. 여기행복하다불행하지 않다사이에 놓인 수많은 말들을 전한다

 

 

 

 

 

Q.b 항상 얼굴을 가리고 사진을 찍는다. 그에 반해 인터뷰는 많이 하는 편이다. 강의도 자주 하고. 뭔가 모순적이라 생각했다

A. 인터뷰 싫어하지 않는다. 아니 즐기나? (웃음) 내 이야기를 하는 게 불편하진 않다. 이번에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낸 것처럼. 다만 얼굴이 알려지면 만화나 작품을 보는데 선입관이 생길 것 같았다. 만화가는 만화로 전달하면 된다는 생각에 얼굴을 가리기 시작했고 인형탈을 쓰면서 그게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렸다. 예전에 트위터에서 라이브로 패이스코프라는 앱을 출시하면서 트위터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는데 그 때 가면을 만들어줄 수 있냐고 했더니 알겠다고 했다. 거금을 들여서 가면을 제작하게 된 것이다. 뒤에 트위터 마크가 붙어 있다. 사진 찍을 땐 안 보이니까 상관 없지만. (웃음)

 

Q.  에세이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를 냈다. 글도 잘 쓴다.

A. 원래 회사원이었다. 인터뷰에서 종종 그런 질문을 받곤 했다. “관련된 회사를 다녔는지? 회사 다닐 때부터 만화가가 될 준비를 했는지,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고 만화가를 하려는 목표가 있었는지?” 그런 질문들. 마침 회사를 그만두고 만화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책으로 써보자는 제안이 와서 잘 됐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둔 이후 만화가가 되기까지의 공백에 대해서 궁금해 하기도 하고 상상하기도 하니까 진실을 밝힐 겸 회사를 나온 후 뒤늦게 방황한 이야기를 글로 써보기로 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자고 결심하는 때에 시작해서 만화 연재가 시작 될 때 끝나는 수필집을 썼다.

 

 

 

 

 

Q. 원래 글 쓰는걸 좋아했나.

A. 만화랑 비슷하다. 만화도 그리려고 해서 그리게 된 게 아니었던 것처럼 수필도 돈이 없어서 사보나 계간지에서 가끔씩 원고청탁이 들어와서 쓰게 되었다. 그런 청탁이 점점 커지다가 문예지에도 수필집을 싣게 되었다. 돈을 준다 길래 쓰다보니까 일이 되고 쌓이다보니까 책으로 내자는 제안이 와서 이렇게 결과가 나온 편이다.

 

Q. 만화를 꼭 해야지, 라는 소명의식보다는 일을 하다보니까 현재에 내게 제일 맞는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A. 일부러 인터뷰 할 땐 말을 그렇게 하는 경향도 있다. 솔직히 혼자 그런 생각할 때가 있다. 내가 만화를 그렸는데 데뷔작으로 상을 받고, 외국에 출판이 되고, 그 다음 만화를 그렸더니 영화가 되고, 책을 썼는데 강의가 들어오고, 인터뷰가 들어오고 하면 내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착각이지. 그러면 거짓말을 하고 싶어진다. 나는 예전부터 꿈이 이랬었고 사실은 큰 뜻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부단히 노력을 했고 그 끝에 이런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솔직히 운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별 기대 없이 맡긴 일들이 이어진 것일 뿐이다. 도취되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인터뷰 때 더 일부러 말을 한다. 내 스스로가 나를 속이는 착각을 하지 않게.

 

Q. 김보통이라는 이름도 그런 생각이 반영된 건가.

A. 그건 아니다. 김보통이라는 이름을 만든 계기는 회사 다닐 시절에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였다. 연수원에서의 교육이란 것은 세뇌를 받는 것이었다. ‘이 회사가 최고고 이곳에 온 너희들은 최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교육. 그런 말을 너무 듣다보니까 피곤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연수원에서 잠시 쉴 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그때 충동적으로 만든 메일 명이김보통이었다. 일종의 반동심리랄까. 그 당시에는 만화가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나도 안했다. 그리고 회사에 이메일이 있었기 때문에 정작 김보통이라는 이름이 담긴 메일을 사용할 일도 없었다. 아주 작게라도 저항을 하고 싶었다. 특별함을 강요하는 사회, 회사의 분위기가 싫었다. 그 이름을 만화가로 데뷔하면서 쓰게 된 거다.

 

 


Q. 만화가 김보통이 아닌 자연인 김보통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A. 원래 그런 목적지향적인 걸 별로 안 좋아한다.(웃음) 그래도 하나 꼽자면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 어린 시절에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다. 결핍이 있었다. 그래서 정보가 취약한 곳에 불평등을 해소하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 다른 이들에 비해 정보나 인프라가 적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열악한 줄 모른다. 돈을 벌어서 취약한 지역에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 책이 왜 필요한지, 양질의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필요한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죽기 전까지 열 개 정도 만드는 게 소원이다.

 

Q.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

A. 어린 시절에 집에 책이 없었다. 책만 없는 게 아니라 단칸방에 네 가족이 살아서 아무것도 없었다. 친구 집에 가면 세계문학전집이나 백과사전이 있더라. 우리 집에는 책이 없다는 것에 결핍을 느꼈다. 그래서 책을 모으다보니까 할 일 없어서 책을 보게 되고 가지게 되었다. 다독가나 책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책을 가지는 것을 좋아한다. <은전 한 닢>에서 말하는그냥 이 은전이 하나 가지고 싶었습니다처럼 나는 그냥 책이 가지고 싶다. 어릴 적 결핍을 메우기 위해서 책을 산다. 심적인 안정을 얻는 것 같다.

 

Q. 왜 작은 도서관인가.

A. 도서관과 서점은 다르다. 서점은 베스트셀러나 잘 팔릴 책들이 전면에 드러나는 반면 도서관은 인간이 알아야 할 교양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필요한 책들이 엄선되어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도서관과 서점이 경쟁을 한다. 베스트셀러를 가져다 놓고 대중소설을 가져다 놓고 이용자들의 요구에 맞춘다. 도서관이 그 의미와 필요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거다. 내 생각에 도서관만큼은 지역주민들이 살아가는데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정보를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모르던 세상, 관념, 지식에 대해서 알려주고 필요로 하는 게 있으면 안내해주고 추천해주는 곳이 도서관이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공공도서관도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전문도서관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 필요성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크게 봤을 때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정보나 지식이 점점 벌어지지 않게 하고 싶다.

 

Q. 만화, , 강의 등 별로 꺼리는 게 없는 것 같지만 절대 못할 것 같은 부분도 있나.

A. 언젠가 공중파 방송에서 출연해달라는 제안이 왔다. 그때 내가 가면을 쓰게 해달라고 하면 다 안 된다더라. 만화나 글이 알려지는 게 중요하지 얼굴을 드러내고 인간 김보통으로 유명해지는 것은 관심이 없다. 얼굴을 숨기는 편은 아니다. 팬사인회나 강연회때는 다 사람들 만나면서 다니니까. 그런데 방송을 통해서 일부러 얼굴이 알리고 나아가 사생활 알려지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한편으론 제안을 거절하면서 속이 쓰렸다. 하지만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만화가로 인정을 받아야지 TV에서 농담 따먹기 하는 식으로 주목을 받아서 만화가 주목되는 건 순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만화로 충분히 인정을 받아서 내 만화를 소개하는 일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Q. 만화 제작 환경의 개선에 대해 자주 이야기 한다. 솔선 수범하고 있기도 하다.

A. 편의점 사장이 알바생에게 월급 준다고 기사가 나지는 않는데 만화가가 어시스트에게 4대보험 해주고 정규직으로 대접해주는 것만으로 방송에 기사가 나오고 신문에 실리고 인터뷰 때 나가는 게 의아하다.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한다. 평범하고 보통이 되어야 하지 않나. 그럼에도 말하는 건 언젠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는 잘 알려진 만화가도 아니고 대중적이지도 않고 메이저 플랫폼에 연재를 해보지도 않았다. 아는 사람만 아는 만화가로 활동하는데도 이정도 처우가 가능하더라,라는 게 알려지길 바란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나보다 유명하고 잘나가고 훌륭하신 분들은 어시스트에게 이 이상은 해주시는 게 당연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만화 구인사이트에 가면 구체적으로 공지가 올라온다. 4대보험이 되고 근로계약서도 쓰고 퇴직금도 준다고 공지된 글들이 많이 보인다. 당연한 상황이 점점 되어가고 있다. 물론 예전부터 어시스트에게 대우를 해준 만화가들이 있다. 허영만, 윤태호, 강풀 작가님처럼 직원들 정규직 고용해서 월급도 많이 준다고 하더라. 그분들은 당연한 것이다. 우리나라 만화계에서 세손가락에 드는 분들이지 않나. 나는 밑에서 세는 게 더 빠른 만화가인만큼 내가 어시스트에게 한다는 것에 주목이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Q. 당신에게 만화는 어떤 의미인가.

A. 티 나지 않게 꼰대질 하면서 돈벌이 하는 수단? (웃음) 말을 하는 화자를 다양한 캐릭터로 분리해서 이야기 할 수가 있으니까 입 바른 소릴 해도 욕을 덜 먹는다. (웃음) 일적으로 보자면 기본적으로 만화는 사업이고 생계수단이면서 같이 일하는 직원 분들을 위한 계약을 따오는 책임의 일환이다. 만화에 대해서 건조하게 접근하려고 한다. 사적인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해진 시간에 일만 한다. 그러다보니까 근무시간이 늘어질 일이 별로 없다. 압축해서 일한다. 괜찮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끈끈한 인간관계를 강조하는 관례가 있는데 나는 어시스트를 존대하고 일적으로 대하다보니까 쉽게 착취를 할 수가 없다. 나는 어시스트들 전화번호도 모르고 카톡으로만 연락을 한다. 내가 일을 매개로 대하기 때문에 서로가 조심하고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Q. 퇴사도 그렇고 만화가 이후의 행보도 그렇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옳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한다.

A. 기존의 구조대로 간다면 나는 돈을 많이 벌었을 것이다. 만화가로 돈을 전보다 벌게 되었음에도 거짓말을 하면서 돈을 조금씩 주는 일이 맞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싫어했던 사람들이 했던 행동을 같이 하고 싶지는 않았다. 후회는 한다. (웃음) 인건비나 공과금으로 어제 하루만으로 큰돈이 나갔다. 기존에 주던 대로 했으면 큰돈을 남겼을텐데 내가 쓰지도 못하고 남는 돈을 가지고 있는 게 과연 옳은가, 라는 생각을 한다. 어시스트를 하는 분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야 하지 않나 싶다. 인터뷰를 하면서라도 이 결심을 지키고 싶다.

 

Q. 만화가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A. 주변 사람들이 작업실에 와서 나를 보고 하는 말은 장사꾼이나 사업가라고 말하더라. 나는 작가가 아니라 사업자다. 피고용인이 있는 사업주이고 세금 충실히 내는 성실납세자이다. 스스로 예술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문화 콘텐츠에서 꿈이 강조되는 것은 시스템이 없는 열악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만화업계의 구조는 이제 막 주목을 받고 틀이 생겼다가 허물어지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구조가 만들어지기 위해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예술가보다 중소기업으로 자리잡고 싶다. 직원들에게 월급 줄 때 행복하다. 직원 없이 월세 60만원 낼 때 월세를 못낼까봐 벌벌 떨었는데 이제는 월급을 주고 세금을 내고도 불안해하지 않게 되어서 스스로 대견하고 행복하다. 추석 보너스나 구정 보너스도 준비해야 하는데 점점 더 보너스를 올린다. 그러면서 자랑한다. 더 나은 환경을 만들 때마다 행복하다. 아니 불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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