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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녀의 탄생

작성자
김상희
작성일
2017.03.29
조회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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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대화하는 이들처럼
유부녀의 탄생어디까지 해봤어?’
 
김상희(만화평론가)
 
흔히들 결혼은 현실이라고 말한다. 전쟁 같은 현대사회에서 부부가 살아남으려면 로맨틱한 환상보다는 전우의 파트너십이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험난한 세상을 견디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파트너와의 신뢰와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솔직한 대화의 힘은 부부관계에서 매우 강력하다. 그런 점에서 부부사이에서 가장 어렵고 미묘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만화 두 작품이 있다. 김환타의 유부녀의 탄생과 비비의 어디까지 해봤어?’는 연인에서 인생의 파트너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커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부녀의탄생.jpg
 
다음 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는 김환타의 유부녀의 탄생은 결혼을 결심한 커플이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치르며 부부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환타와 망고는 스터디 모임에서 만나 결혼을 결심한다. 망고는 과다업무로 인해 데이트 할 시간을 낼 수 없어서, 환타는 다가올 전세만기로 살 집을 구하기 위한 매우 현실적인 이유로 결혼을 결정한다.
환타와 망고는 관혼상제 중 하나인 혼인식을 치르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가족 간 상견례, 예식장 예약, 예물과 혼수, 신혼집과 신혼여행 등등 결혼식을 올리기 위한 미션을 클리어 해야 하는 것이다.
 
유부녀의 탄생은 만화적 재미와 더불어 알뜰하게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준비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인기가 많다. 현재 다음 웹툰에서 임신과 출산, 육아에 이르는 시즌 3을 연재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준비하는 내용인 시즌 1TV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은 이유는 가깝지만 먼 이야기로 느껴졌던 결혼에 대해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된 이야기에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곧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일상툰의 재미와 함께 현재 한국사회에서 결혼식이라는 물리적인 의식을 치르는 데 필요한 시간, 비용에 대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대부분 생애 처음 경험하는 결혼식을 위해 전문가의 서비스를 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결혼자금을 비롯한 주택마련과 같은 목돈소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는 부끄러워도 수입공유를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경험이 쏠쏠하게 들린다. 이외에도 예식장을 예약하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 웨딩드레스의 선택 기준을 무엇으로 둘 지에 대한 고민은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알아두면 좋을 법한 팁이다.
최근 정보성이 강한 콘텐츠를 개성 있게 구성한 웹툰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무적핑크의 조선왕조실톡’, 미깡의 술꾼 도시 처녀들’, 오묘의 밥 먹고 갈래요와 같은 만화가 지식, 정보와 재미를 모두 갖춘 이상적인 콘텐츠 구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딱딱한 칸 구성에 지식 습득을 위한 학문을 담아 상대적으로 읽는 재미가 덜한 학습만화를 재정의하는 듯하다.
학문적 지식뿐만 아니라 맛집 정보, 요리법, 메이크업 기술과 신상 화장품 후기와 같은 트렌디한 정보의 유무가 스토리와 캐릭터 못지않게 인기 웹툰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웹툰 독자가 곧 학습자이자 소비자인 만큼 유용한 정보를 어떻게 꾸미느냐가 웹툰 콘텐츠 제작의 중요한 조건이 된 것이다. ‘유부녀의 탄생은 결혼식과 신혼여행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과정을 어떻게 경제적으로 치를 수 있는가를 알려주면서 독자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에듀테인먼트의 사례로 삼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정보전달만 갖춘 건 아니다. 환타와 망고는 부부가 되기 전에 상견례를 준비하면서 인생을 결정하는 선택의 엄중함을 깨닫는다. 결혼자금을 위해서 서로의 수입내역을 공유하면서 신뢰의 의미를 되새긴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다시 한 번 가족의 고마움을 느낀다. 인륜지대사로 불리는 결혼을 통해서 성숙한 기혼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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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라는 문지방을 힘겹게 넘었어도 정복해야 할 문제들이 신혼부부의 앞길에 한가득한 것이 현실이다. 그 중 속궁합이라고 불리는 성생활만큼 중요하지만 함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또 있을까? 올해 초까지 레진코믹스에 연재됐던 비비의 어디까지 해봤어?’는 신혼부부의 성생활을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리고 있다.
 
결혼 1년차 신혼부부인 평범한 회사원 남편과 평범한 디자이너 아내는 속궁합이 좋은 커플이다. 아내에게 남편은 첫사랑이자 첫 경험의 상대이지만 남편에게 아내는 그렇지 않다는 걸 둘 다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아내는 성인용품을 이용해서 섹스라이프를 즐기고 남편도 아내의 취향을 존중하는 편이다. 그러나 아내의 은밀한 물건에 어쩔 수 없는 질투심을 느끼기도 한다. 함께 하는 샤워라는 성적 판타지를 이루려다 어느 새 서로의 등을 밀어주는 가족이 됐음을 깨닫기도 한다. 가끔씩 서로의 욕구가 엇갈리더라도 맛있는 음식으로 대신하는 노하우를 얻기도 하며 서로의 몸을 탐구하면서 성감대의 변화에 색다른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어디까지 해봤어?’는 평범한 커플의 비밀스러운 성생활을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풀어낸다. 만화 속 화자인 아내는 남편과의 부부생활 속에서 경험했던 의문과 느낌을 고백한다. 미혼 때는 몰랐던 남편의 신기한 몸이나 불편한 듯 하지만 은근히 효과적인 성인용품, 체위와 자위에 대한 궁금증을 보여준다. 그런 작가의 노력은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서 연재 당시 레진코믹스 일상부분에서 인기 1, 성인 및 전체부분에서는 2위를 달렸고 2016, 2017년에 연재할 때 최고 10위 안에 드는 인기를 얻었다.
귀여운 캐릭터와 차분한 톤의 컬러로 그려진 어디까지 해봤어?’는 섹스를 보다 친근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등신에 가까운 부부 캐릭터가 벌이는 섹스라이프는 일상생활의 한 부분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 섹스를 통해서 서로의 몸을 탐색하고 변화에 민감해지는 과정이 부부라면 누구나 겪어보았을 것처럼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작가 후기에서 초반의 짜리몽땅한 캐릭터의 팔다리가 길어진 것도 체위, 자세를 표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어난 변화였다고 밝혔다. 작가는 부부간의 성생활을 자연스럽고 부담스럽지 않게 그리되 자극적인 성적 환상을 배제하고 단순하면서도 솔직하게 주제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어디까지 해봤어?’의 아내에게 남편은 동등한 섹스파트너이자 솔직한 대화상대다. 아내는 남편에게 섹스를 통해서 얻은 경험과 소감, 좋고 나쁜 점을 나눈다. 남편 또한 그런 아내의 취향과 의견을 존중한다. 현대사회에서 부부에게 섹스란 자손번식을 위한 행위로만 인식되지 않는다. 이 부부에게 섹스는 서로를 알아가는 몸의 대화이자 친밀감을 더해주는 적극적인 놀이인 것이다.
가정이라는 공식적인 울타리를 갖추고 정신적인 조화뿐만 아니라 은밀한 육체적 즐거움도 함께하는 심신의 공동체가 부부라고 한다면 어디까지 해봤어?’의 부부는 그런 즐거움을 긍정적이고 누리려고 노력하는 커플로 그려진다.
 
연애가 판타지라면 결혼은 리얼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 신중한 선택을 결심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성숙한 마음과 인내심 있는 태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부부가 살을 부딪치며 고된 세상을 버텨야 할 때 가장 의지가 되는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양보일 것이다. 그런 미덕을 얻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대화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유부녀의 탄생어디까지 해봤어?’는 그런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애정과 신뢰를 쌓아가는 부부가 등장한다. ‘유부녀의 탄생에서 환타와 망고는 서로에게 실망도 하고 다투기도 한다. 그러나 녹록치 않는 결혼준비와 현실의 벽을 만났을 때 가장 큰 버팀목이 된 것도 서로였단 걸 깨닫게 된다. ‘어디까지 해봤어?’의 부부도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취향과 느낌을 존중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즐거운 속궁합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탐구한다. 대화와 섹스를 통해서 서로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찾아가는 것이다.
 
서로가 무엇을 바라는지 끊임없이 마음을 열고 최선을 다해서 애정을 보여주는 것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혼이 현실이란 의미는 이런 노력을 계속해야만 유지될 수 있단 뜻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두 만화에 등장하는 부부의 대화는 서로를 잇는 튼튼한 밧줄이 되어 행복한 결혼생활을 끌어올릴 것이리라는 이상적 믿음을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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